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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이 박물관에 영원히 보존되는 것과, 아이에게 매일 꺼내지는 것 중 무엇이 더 행복한 삶일까요. 토이 스토리 2는 그 질문을 정면으로 던지는 영화입니다. 제가 미국에서 영국으로 이민을 준비하며 야드세일을 하던 날, 이 영화의 한 장면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픽사 역사상 가장 위태롭게 만들어진 작품이기도 한 이 영화가, 왜 지금도 이렇게 마음 깊이 남는지 정리해 봤습니다.



야드세일 한 장면이 불편했던 이유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앤디의 어머니가 마당에 물건들을 늘어놓는 장면이 나옵니다. 앤디가 이제 잘 가지고 놀지 않는다는 이유로, 앤디에게 별다른 허락도 구하지 않은 채 장난감들을 야드세일(yard sale)에 내놓는 장면입니다. 야드세일이란 미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방식으로, 집 마당이나 차고 앞에 쓰지 않는 물건을 펼쳐놓고 동네 사람들에게 저렴하게 파는 중고 판매 방식입니다.

저는 이 장면에서 왠지 모르게 기분이 착 가라앉았습니다. 영화 전개를 위한 각본이라는 걸 알면서도, 앤디가 모르는 사이에 어머니가 그 물건을 내다 판다는 설정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가지고 놀지 않으면 처분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 경계가 생각보다 훨씬 예민한 문제라고 봅니다.

제가 일본에서 미국으로 건너갔을 때, 어머니가 제가 남겨둔 물건들을 제 허락 없이 처분하신 일이 있었습니다.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판단하셨던 것이고, 충분히 이해가 가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도 그 섭섭함은 꽤 오래 남았습니다. 앤디의 어머니를 보며 제 어머니가 겹쳐 보였고, 그러면서 저 스스로도 제 아이에게 비슷한 실수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됐습니다.

요약: 앤디 어머니의 야드세일 장면은 단순한 각본이 아니라, 어른들이 아이의 물건을 대하는 태도를 되짚어보게 하는 장치입니다.

 

제작비화 — 9개월 안에 다시 만든 영화

토이 스토리 2는 원래 극장 개봉이 아닌 비디오 직접 출시(Direct-to-Video) 작품으로 기획됐습니다. 직접 출시란, 극장 상영 없이 비디오나 DVD 판매만을 목적으로 제작되는 방식으로, 제작비와 품질 기준이 극장판보다 훨씬 낮게 설정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픽사의 간곡한 요청으로 극장 개봉이 결정됐지만, 그 이후가 진짜 문제였습니다.

제작 도중 유닉스(Unix) 기반의 메인 서버에서 대규모 데이터 삭제 사고가 발생합니다. 유닉스란 서버와 워크스테이션 환경에서 주로 사용되는 운영 체제로, 잘못된 명령어 하나로 디렉터리 전체를 20초 만에 날려버릴 수 있는 구조입니다. 2년치 작업 데이터의 90%가 사라진 이 사고는, 당시 신생아를 돌보며 재택근무 중이던 기술 이사 갈린 서스만(Galyn Susman)의 개인 컴퓨터에 백업이 남아 있어 간신히 복구할 수 있었습니다.

복구가 됐다고 끝이 아니었습니다. 픽사 다큐멘터리 《PIXAR STORY》에 따르면, 복구된 작업물조차 "픽사의 품질이 아니다"라는 판단 아래 개봉 9개월 전에 대부분의 내용을 처음부터 다시 제작하기로 결정됐습니다(출처: Pixar Animation Studios). 당시 벅스 라이프 작업을 막 마친 감독 존 라세터(John Lasseter)가 새 감독으로 투입됐고, 전 직원이 자발적인 크런치(crunch) 모드에 돌입했습니다. 크런치란 마감을 앞두고 극도로 집중된 초과 근무 체제를 뜻하는 업계 용어입니다.

  • 원래 기획: 비디오 직접 출시(Direct-to-Video) 작품
  • 데이터 사고: 유닉스 서버 삭제 명령어로 2년치 작업의 90% 소실
  • 복구의 기적: 재택근무 중이던 갈린 서스만의 개인 PC 백업 덕분에 살아남음
  • 9개월 재작업: 존 라세터 감독 교체 후 전 직원 크런치로 완성

제작진 중 한 명이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는 것을 잊고 출근해, 캘리포니아의 여름 햇살 아래 차 안에 아이를 방치했다가 의식을 잃은 채로 발견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다행히 빠른 조치로 목숨에는 지장이 없었다고 하지만, 당시 현장의 분위기가 얼마나 극한이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그 혹독한 과정을 거쳐 나온 결과물이 로튼 토마토(Rotten Tomatoes) 지수 100%라는 성적표를 받았다는 사실이 씁쓸하면서도 경이롭습니다.

요약: 토이 스토리 2는 데이터 소실과 9개월 재작업이라는 전례 없는 제작 위기를 넘겨 완성된 작품으로, 그 과정 자체가 하나의 드라마입니다.

 

제시의 노래 — 영화 역사상 가장 가슴 아픈 3분

영화에서 제가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장면은 제시(Jessie)가 부르는 "When She Loved Me"였습니다. 과거 주인이었던 소녀 에밀리가 철이 들면서 조금씩 제시를 멀리하다가, 결국 기부함에 넣어버리기까지의 과정이 불과 3분 남짓한 몽타주로 압축됩니다. 몽타주(montage)란 여러 개의 짧은 장면을 이어 붙여 감정과 시간의 흐름을 압축적으로 전달하는 영상 편집 기법입니다.

우디의 성우 톰 행크스(Tom Hanks)와 버즈의 성우 팀 알렌(Tim Allen)이 이 장면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고 알려져 있고,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영화 역사상 가장 가슴 아픈 노래"라는 평가까지 나왔습니다(출처: Rotten Tomatoes). 저도 처음 봤을 때 장면이 끝나고 한참 동안 말이 없었습니다.

제가 미국에서 영국으로 이민을 준비하면서 야드세일을 했을 때, 제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과 인형을 캐리어에 챙기고 나머지를 정리했습니다. 이민이다 보니 캐리어에 들어갈 수 있는 양이 정해져 있었고, 고르고 또 고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선택받지 못한 인형들을 다른 분들께 넘기면서, 부디 새 주인에게 오랫동안 사랑받기를 진심으로 바랐습니다. "When She Loved Me"가 그때 더 아프게 들렸던 건, 그 마음이 제시의 것과 겹쳐 보였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번 주에는 가족과 함께 실바니안 패밀리(Sylvanian Families) 40주년 전시회를 다녀왔습니다. 실바니안 패밀리란 1985년 일본 에포크사(Epoch)가 출시한 장난감 브랜드로, 작고 섬세한 동물 가족 피규어와 집 세트로 구성됩니다. 전시장에는 1985년 초판 모델들이 진열장 안에 전시되어 있었는데, 그걸 보는 순간 스팅키 피트(Stinky Pete)가 생각났습니다. 스팅키 피트는 평생 상자 속에 새것으로 보존되어 왔기에, 아이에게 닳도록 사랑받는 것보다 박물관에 영구히 전시되는 것이 더 가치 있다고 믿는 캐릭터입니다. 40년 된 초판 실바니안을 바라보면서 저는 어느 쪽이 정답인지 잠시 헷갈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전하는 답은 분명합니다. 장난감에게 중요한 것은 유리 진열장 속의 영원함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한 시간의 온도라는 것이었습니다.

요약: "When She Loved Me"는 이민 전 야드세일을 앞에 두고 망설였던 제 경험과 겹치며, 장난감을 보존하는 것과 사랑받게 하는 것 중 무엇이 진짜 가치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 씬이자 버림받는 존재의 감정을 3분 안에 완벽하게 담아낸 영화적 성취입니다.
 
 
 

실바니안 패밀리 40주년 전시 피규어 (1985년작)

 

보존이냐, 사랑이냐 — 2편이 1편보다 성숙한 이유

토이 스토리 1편이 우디와 버즈의 경쟁과 우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었다면, 2편은 "버림받을 수 있다는 공포"를 정면으로 다룹니다. 스팅키 피트(Stinky Pete)는 평생 상자 안에 갇혀 있었기에 아이에게 사랑받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고, 박물관에 영구 보존되는 것이 장난감으로서 가장 이상적인 결말이라고 주장합니다. 이 캐릭터의 논리가 완전히 틀렸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내리는 결론 쪽에 마음이 기웁니다.

우디가 결국 앤디에게 돌아가기로 결심하는 장면은, "불완전하게 사랑받는 것"이 "완벽하게 보존되는 것"보다 더 가치 있다는 선택입니다. 소비재로서의 장난감이 가진 숙명을 애니메이션이라는 형식 안에서 이렇게 깊이 있게 풀어낸 것이 픽사의 진짜 경쟁력이라고 봅니다. 3편이 이 소재를 다시 꺼내 대규모로 확장했을 때 전 세계 관객이 함께 울었던 것도 결국 2편이 깔아둔 감정적 토대 덕분이었습니다.

그래픽 측면에서도 전작 대비 확연한 도약이 있었습니다. 픽사의 컴퓨터 그래픽(CG, Computer Graphics)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간 캐릭터의 피부 질감과 체모, 표정 묘사가 훨씬 세밀해졌습니다. 1편에서 인간과 장난감의 재질이 비슷하게 보인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2편에서는 목재 가구, 식물 잎, 카펫의 질감이 플라스틱과 명확히 구분될 정도로 발전했습니다. 배경 스케일도 주택가에서 대형 장난감 매장, 공항으로 넓어졌습니다.

요약: 토이 스토리 2는 "보존 대 사랑"이라는 철학적 질문을 장난감의 시선으로 풀어낸 시리즈의 정서적 뼈대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토이 스토리 2는 원래 극장에서 개봉할 계획이 없었나요?

A. 맞습니다. 처음에는 비디오 직접 출시 작품으로 기획됐습니다. 픽사가 강하게 요청해 극장 개봉으로 방향이 바뀌었고, 그 이후 대규모 재작업을 거쳐 지금의 완성도를 갖추게 됐습니다. "속편은 원작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이 작품만큼은 그 공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Q. 제작 중 데이터를 다 날렸다는 게 사실인가요?

A. 사실입니다. 유닉스 서버에서 잘못된 삭제 명령어가 실행돼 2년치 작업 데이터의 90%가 20초 만에 사라졌습니다. 재택근무 중이던 기술 이사 갈린 서스만의 개인 컴퓨터에 백업이 남아 있어 복구가 가능했고, 이 사건이 없었다면 개봉 자체가 크게 지연됐을 것이라고 봅니다.

 

Q. "When She Loved Me"는 누가 부른 노래인가요?

A. 컨트리 팝 가수 사라 맥라클란(Sarah McLachlan)이 불렀으며, 작곡은 랜디 뉴먼(Randy Newman)이 맡았습니다. 성인 관객이 더 크게 반응하는 장면으로 알려져 있는데, 아이를 키우는 부모거나 스스로 누군가에게 잊혀진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면 특히 강하게 와닿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Q. 토이 스토리 2의 평점은 어느 정도인가요?

A. 로튼 토마토 지수 100%를 기록했으며, 북미 최종 수익은 2억 4,600만 달러로 전작을 압도했습니다. 1편을 넘어서는 속편이라는 평가가 당시에도,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단순한 아동용 애니메이션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성인 관객이 오히려 더 깊이 공감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픽사의 특별함이 드러납니다.

 

결론

토이 스토리 2를 다시 떠올릴 때마다 야드세일 날의 그 묵직한 감각이 함께 따라옵니다. 제가 직접 인형들을 정리하면서 느꼈던 죄책감 비슷한 감정이, 이 영화가 말하려는 것과 정확히 맞닿아 있었다는 걸 글로 정리하면서 더 선명하게 깨달았습니다.

보존과 사랑 중 무엇이 옳은지는 사람마다 다르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선택받지 못한 물건을 건네며 느꼈던 마음은 이성적으로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이 영화가 오래도록 사랑받는 이유도 아마 거기에 있을 것입니다. 1편을 봤지만 2편은 아직이라는 분이 계신다면, 이번 기회에 꼭 이어서 보시길 권합니다. 특히 "When She Loved Me" 장면을 눈여겨보시면, 픽사가 왜 이 작품에 9개월을 통째로 쏟아부었는지 이해가 되실 겁니다.

참고: https://namu.wiki/w/%ED%86%A0%EC%9D%B4%20%EC%8A%A4%ED%86%A0%EB%A6%AC%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