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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토이 스토리 시리즈가 3편으로 끝난 줄 알았습니다. 4편을 보고 나서도 "이건 우디의 외전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러다 5편 예고편에서 머리가 반짝반짝 벗겨진 우디를 보자마자 피식 웃으면서도, 동시에 제가 처음 1편을 봤던 어린 시절과 지금 돌아기 엄마가 된 제 모습이 겹쳐 보여 괜히 코끝이 찡해졌습니다. 과연 이 5편은 그 복잡한 감정을 달래줄 만한 작품이었을까요?

토이 스토리 5 시대배경 — '장난감 대 전자기기'라는 구도, 왜 지금일까?
토이 스토리 시리즈가 매번 흥미로웠던 건, 그 시대 아이들이 실제로 겪고 있는 고민을 장난감의 시선으로 풀어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번 5편이 '전자기기'를 전면에 내세운 것, 어떻게 보셨나요?
5편의 갈등 구조는 태블릿 장난감 '릴리패드(Lilypad)'가 보니의 관심을 빠르게 흡수하면서 시작됩니다. 릴리패드는 단순한 화면 기기가 아니라 아이의 취향을 분석하고 놀이 방향을 제안하는 첨단 AI 장난감입니다. 여기서 AI 장난감이란,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탑재해 사용자의 행동 패턴을 학습하고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기를 의미합니다. 제가 직접 육아를 하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요즘 아이들이 태블릿에 빠져드는 속도는 정말 무섭습니다. 그 현실이 스크린에 그대로 옮겨진 것 같아 처음엔 조금 불편하기도 했습니다.
작품이 흥미로운 건, 릴리패드를 단순한 악당으로 묘사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릴리패드를 비롯한 전자기기 장난감들도 결국 '주인의 관심에서 멀어지면 버려지는 존재'라는 점에서, 시리즈 내내 반복된 장난감의 본질적 처지와 동일합니다. 이 구도는 사이버불링(cyberbullying) — 온라인 공간에서 또래 간에 발생하는 괴롭힘과 따돌림 — 이나 게임 과몰입 같은 현실의 부작용도 외면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전자기기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전개됩니다. 저는 이 균형 잡힌 시각이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을 꼽자면, 왜 지금의 아이들이 전자기기에 의존하는 환경이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사회적 맥락이 조금 얕게 다뤄진다는 것입니다. 전자기기 과의존 문제는 이미 세계보건기구(WHO)가 2019년 게임 이용 장애를 국제질병분류(ICD-11)에 공식 등재할 만큼 심각한 사안입니다(출처: WHO 공식 사이트). 그런데 영화는 그 원인보다는 결과와 해결에 더 집중하는 편이라, 어른의 시선에서 만든 이야기라는 느낌이 살짝 남습니다.
- 릴리패드: AI 알고리즘 기반의 태블릿형 첨단 장난감, 보니의 관심을 화면 속으로 유도
- 스마티 팬츠(Smarty Pants): 구형 전자 장난감 캐릭터, 방치된 기기의 처지를 상징
- 사이버불링, 게임 과몰입 등 현실 문제를 장난감 세계관으로 번역한 설정
캐릭터 — 제시가 주인공이 된 것, 저는 오히려 반가웠습니다
우디의 비중이 줄었다는 이야기, 이미 많이 들으셨을 겁니다. 그렇다면 그 빈자리를 채운 제시의 활약은 충분했을까요?
제가 솔직히 말씀드리면, 4편에서 버즈 라이트이어가 너무 수동적으로 묘사되고 감정선이 어긋난다고 느꼈을 때 꽤 실망했습니다. 캐릭터 붕괴(character regression) — 기존에 확립된 인물의 성격과 가치관이 후속편에서 일관성 없이 바뀌는 현상 — 는 장기 프랜차이즈 시리즈에서 팬들이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5편은 그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했고, 제가 보기엔 꽤 성공했습니다.
이번 편에서 제시는 단순히 보조 역할이 아니라 시리즈 전체의 히로인으로서 중심에 섭니다. 특히 제시의 전 주인 에밀리에 대한 미회수 복선이 드디어 회수되는 장면은, 2편을 기억하는 팬이라면 눈물 없이 보기 어렵습니다. 제 경우엔 그 장면에서 진짜로 울었는데, 그냥 울었다기보다 "이걸 이제야 풀어주네"라는 오랜 기다림이 한꺼번에 터진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제시와 버즈의 반공식 커플링(coupling) — 작품 내에서 공식 선언 없이 팬들 사이에 유력하게 인정된 두 캐릭터의 관계성 — 도 이번 편에서 자연스럽게 다뤄집니다. 전편에서 보 핍과 우디의 관계가 갑작스럽게 비중 있게 등장해 다소 어색하다는 평을 받은 것과 달리, 제시와 버즈의 관계는 시리즈 전반에 걸쳐 꾸준히 쌓아온 감정선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훨씬 자연스럽게 느껴졌습니다. 1편, 2편을 오마주한 이스터 에그(Easter egg) — 제작진이 숨겨놓은 숨은 장면이나 참조 요소 — 도 군데군데 들어 있어, 오래된 팬이라면 혼자 극장에서 피식 웃게 되는 순간이 꽤 있습니다.
우디의 비중이 줄어든 것은 분명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입니다. 하지만 저는 3편에서 앤디로부터 보니로 주인이 바뀌었고, 4편에서 우디가 스스로 다른 삶을 선택했다는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어받은 결과라고 생각했습니다. 시리즈의 주인공 자리가 세대를 거듭하며 이어지는 것, 어쩌면 그것 자체가 토이 스토리가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요?
총평 — 안전한 선택, 그러나 피날레로서는 충분합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5편 발표 당시 "픽사가 돈을 위해 억지 속편을 만드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많았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 걱정이 완전히 틀린 것도 아니었지만, 생각보다 훨씬 잘 만들어진 작품이었습니다.
평론가 사이에서는 플롯의 참신함 부족이 가장 큰 아쉬움으로 꼽힙니다. '최신 기술 장난감 vs. 기존 장난감'의 대결 구도가 결국 "우리는 모두 아이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 존재한다"는 결론으로 수렴하는데, 이 구조는 이미 1편의 버즈와 우디가 완성한 이야기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로튼 토마토(Rotten Tomatoes) 기준으로 평론가 점수는 시리즈 최저를 기록했지만, 관객 점수는 시리즈 최고를 기록했습니다(출처: Rotten Tomatoes). 이 간극 자체가 5편의 성격을 잘 보여줍니다.
제 경험상 이런 경우는 보통 "오래된 팬을 위한 영화"일 때 벌어집니다. 실제로 극장에서 제 옆에 앉은 분들이 중반부 오마주 장면에서 훌쩍이는 걸 봤을 때, 이 영화가 누구를 위해 만들어졌는지가 명확하게 느껴졌습니다. 단일 영화로서의 완성도를 따진다면 1~3편 트릴로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시리즈 전체의 피날레로서는 《어벤져스: 엔드게임》처럼 모든 캐릭터의 서사를 정리하는 역할을 충분히 해낸 작품이라고 봅니다.
그래픽 면에서도 한 가지 인상 깊었던 점을 말씀드리자면, 보니와 블레이즈가 함께 노는 장면에서 카툰 렌더링(cartoon rendering) — 실사 렌더링과 달리 크레파스나 수채화처럼 손으로 그린 느낌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하는 기법 — 을 사용한 것이 정말 포근하고 따뜻했습니다. 고도로 사실적인 조명과 텍스처가 주를 이루는 가운데 그 장면만 확 달라지는 대비가, 아이의 상상력이 가진 힘을 시각적으로 설명해주는 것 같아 좋았습니다.
릴리패드의 갱생이 너무 빠르게 이루어졌다는 비판도 이해합니다. 자신의 잘못을 인식하자마자 자발적으로 기부 트럭에 들어가는 전개는 확실히 조금 급했습니다. 긴장감을 이어가는 강력한 빌런을 기대했던 분들에게는 분명 아쉬운 부분입니다. 저도 그 부분은 조금 더 설득력이 있었으면 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토이 스토리 5편, 어린 아이와 함께 봐도 괜찮을까요?
A. 저는 아직 돌아기 엄마라 함께 보지 못했지만, 내용 면에서는 전 연령이 즐길 수 있는 구성입니다. 다만 사이버불링이나 전자기기 과의존 같은 주제가 포함되어 있어, 초등학교 저학년 이상의 아이와 함께 보면서 대화 소재로 삼기에 오히려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 토이 스토리 1~4편을 안 봤어도 5편을 즐길 수 있나요?
A. 기본적인 줄거리는 따라갈 수 있지만, 제시와 에밀리에 얽힌 2편의 복선이나 1편 오마주 장면들은 전작을 본 사람이어야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5편이 마음에 드셨다면, 시리즈를 순서대로 처음부터 보시는 걸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제 경우엔 그게 훨씬 더 울컥했거든요.
Q. 우디가 많이 나오지 않나요? 우디 팬인데 실망할까요?
A. 솔직히 말씀드리면 우디의 비중은 기대보다 적습니다. 줄거리상 삭제해도 큰 영향이 없다는 평도 있을 정도입니다. 그래도 우디가 등장하는 장면만큼은 감정적으로 꽤 묵직하게 다가왔기 때문에, 양보다 질로 위안을 삼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과연 그걸로 충분한가는 직접 보신 후에 판단해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Q. 토이 스토리 5편, 쿠키 영상이 있나요?
A. 네, 있습니다. 버즈 라이트이어 군단의 드론 모드 군집 비행 장면이 쿠키 영상에서 인상 깊게 등장한다는 평이 많습니다. 자리를 일찍 뜨지 않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결론
토이 스토리 5편은 완벽한 영화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빌런의 갱생이 급하고, 우디의 존재감이 생각보다 엷으며, 주제 면에서도 시리즈가 이미 한 번 다룬 이야기를 다시 변주한 것이라는 비판도 틀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5편이 나오길 정말 잘했다"고 느꼈습니다. 어린이였던 제가 엄마가 되었고, 제 아이도 언젠가 이 시리즈를 보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때쯤이면 또 어떤 시대의 이야기로 이어질지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요즘같이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시대에, 저는 오히려 직접 영상을 만들어 아이에게 보여주는 것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영화가 던진 "상상력과 유대감이 기술보다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그냥 감상으로 끝내지 않고, 제 방식으로 실천해보고 싶어졌습니다. 시리즈를 아직 처음부터 보지 않으신 분이라면 1편부터 차근히 보시고 5편에서 마무리하시길 권합니다. 그 감동의 결이 완전히 다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