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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리뷰 (5)
뮬란 (디즈니 르네상스, 동아시아 여성 영웅, 효심)

솔직히 저는 뮬란을 처음 접한 게 영화가 아니라 노래였습니다. 미국 친구들과 뮤지컬 곡을 같이 부르다가 Reflection을 처음 들었는데, 멜로디 한 소절에 "이 곡은 분명 다른 디즈니 곡들과 다르다"는 느낌이 바로 왔습니다. 그 느낌 그대로 영화를 보고 나니, 단순한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꽤 묵직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디즈니 르네상스의 이단아 — 전쟁을 택한 공주뮬란(1998)은 디즈니가 처음으로 동아시아 배경과 동아시아 여성 주인공을 내세운 작품입니다. 당시는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라이온 킹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디즈니 르네상스(Disney Renaissance) —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말까지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상업적·예술적으로 전성기를 누린 시기 — 의 후반부였..

카테고리 없음 2026. 8. 6. 20:31
라푼젤 리뷰 (디즈니 리바이벌, 등불 장면, OST)

솔직히 저는 디즈니 《라푼젤》을 처음 볼 때까지 이 작품이 단순한 동화 리메이크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원작 그림 동화 속 라푼젤은 꽤 어둡고 수동적인 이야기였거든요.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서 그 생각이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2010년 개봉한 이 작품은 디즈니가 스스로 수십 년간 쌓아온 클리셰를 깨부순 전환점이었고, 저는 그 변화의 밀도가 생각보다 훨씬 치밀하다는 걸 나중에야 깨달았습니다. 디즈니 리바이벌의 신호탄, 그 배경을 짚어보면《라푼젤》 이전 디즈니는 흥행과 평가 모두 픽사에 한참 뒤처진 상태였습니다. 2009년 개봉한 《공주와 개구리》가 예상보다 저조한 성적을 거두자, 디즈니 마케팅 팀은 "공주라는 단어가 남자 관객을 밀어낸다"는 분석을 내놓았고, 결국 'Rapunzel'이었던 원래 제목은 중성..

카테고리 없음 2026. 7. 30. 10:12
인사이드 아웃 (감정 의인화, 슬픔의 역할, 육아 공감)

오늘 하루 기분이 왜 이런지 도무지 모르겠다고 느낀 적, 저는 꽤 자주 있었습니다. 그냥 '기분이 안 좋다'고 뭉뚱그리고 넘어가던 저에게 픽사의 인사이드 아웃은 꽤 다른 시선을 던져줬습니다.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 이 다섯 가지 감정이 머릿속 본부에서 살아간다는 설정 하나로, 제 감정 기복의 이유를 처음으로 들여다보게 된 영화입니다. 감정 의인화, 신선하지 않아도 픽사가 해내는 방식머릿속에 의인화된 감정이 산다는 소재, 사실 완전히 새로운 건 아닙니다. 어깨 위의 천사와 악마 클리셰만 해도 수십 년 된 이야기고, 1990년대 미국 시트콤 Herman's Head에서도 비슷한 발상이 등장했습니다. 인사이드 아웃의 첫 티저가 공개됐을 때 "픽사가 아이디어 고갈 아니냐"는 말이 나온 것도 그래서였..

카테고리 없음 2026. 7. 29. 15:21
엘리멘탈 (이민자 서사, 원소 세계관, 픽사 평가)

픽사 엘리멘탈은 제76회 칸 영화제 선행 공개 당시 로튼 토마토 평론가 점수가 60% 아래로 떨어지며 혹평을 받았습니다. 솔직히 그 소식을 들었을 때 저도 기대를 많이 낮추고 극장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미국 유학 시절 야외 영화관에서 이 영화를 보다가, 저도 모르게 목이 메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그 이유를 지금도 곱씹게 됩니다.이민자 서사로 읽는 원소 세계관 — 예상보다 훨씬 정밀했습니다일반적으로 픽사 애니메이션은 "온 가족이 함께 보는 가벼운 영화"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가 엘리멘탈을 직접 보고 나서는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이 작품은 표면상 불·물·흙·공기 네 원소가 어우러져 사는 엘리멘트 시티를 배경으로 하지만, 그 안에 촘촘하게 아시아계 이민자의 현실을 녹여 놓았습니다.불 원소들의 고향..

카테고리 없음 2026. 7. 28. 11:18
코코 리뷰 (멕시코 문화, 가족애, 망자의 날)

가족 역사를 조사하다 보면 증조할아버지 이름은 알아도 그분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도통 감이 안 오는 순간이 있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서류 속 이름 석 자로만 존재하던 선조들이 처음으로 살아있는 사람처럼 느껴진 건, 픽사 애니메이션 코코를 본 이후였습니다. 죽음을 소재로 하면서도 이렇게 따뜻할 수 있다는 게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멕시코 문화를 배경으로 탄생한 이야기코코의 무대는 멕시코의 작은 마을 산타 세실리아입니다. 이 영화가 공들여 묘사한 것 중 하나가 바로 디아 데 로스 무에르토스(Día de los Muertos)입니다. 여기서 디아 데 로스 무에르토스란 매년 11월 1일~2일에 열리는 멕시코 전통 명절로, 죽은 가족을 기억하고 그들의 영혼이 잠시 이승으로 돌아온다고 믿는 날입니다. 우리..

카테고리 없음 2026. 7. 28.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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