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 《카 3: 새로운 도전》은 로튼 토마토 신선도 67%, 메타크리틱 59점이라는, 픽사 역대 두 번째로 낮은 평가를 받은 작품입니다. 저도 영화를 보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있었는데, 그 이유를 정리해보니 단순히 "재미없어서"가 아니었습니다. 팩트 평가 — 수치가 말해주는 것들《카 3》가 개봉했을 당시 평론가 점수가 처음 올라왔을 때 메타스코어 64점, 로튼 토마토 신선도 67%를 기록했고, 이후 메타크리틱 최종 점수는 59점까지 내려갔습니다. 픽사 필모그래피 전체에서 《카 2》 다음으로 낮은 수치입니다. 저는 그 숫자를 처음 봤을 때 "설마 그 정도야?" 싶었는데, 직접 보고 나서는 고개를 끄덕이게 됐습니다.그렇다고 이 영화가 완전히 실패한 작품이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실사에 가까운 그래픽 품..
솔직히 저는 카 2가 픽사 역사상 로튼 토마토에서 유일하게 '썩음(Rotten)' 판정을 받은 작품인 줄 몰랐습니다. 그냥 어릴 때 봤던 자동차 애니메이션 속편이라는 인상만 있었는데, 다시 들여다보니 생각보다 할 말이 꽤 많은 영화였습니다. 레이싱, 첩보, 액션이라는 세 장르를 한 편에 욱여넣은 결과가 어땠는지, 제가 직접 느낀 것들을 풀어보겠습니다. 카 2 도쿄 장면이 유독 빛났던 이유카 2를 보면서 제가 가장 먼저 감탄한 건 도쿄 시퀀스였습니다. 저는 카레이싱 자체보다는 드라이브를 좋아하는 편인데, 특히 차가 적은 밤에 야경을 바라보며 달리는 그 느낌을 참 좋아합니다. 도쿄 장면이 그 감각을 건드렸습니다.픽사의 렌더링 기술이 실제로 집약된 장면이기도 합니다. 렌더링(Rendering)이란 3D 컴퓨터..
운전을 하다가 길을 잘못 들어 당황했던 적, 한 번쯤은 있지 않으신가요? 저는 몇 년 전 친구들과 세인트조지로 로드트립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국도로 잘못 빠져 작은 시골 마을에서 속도위반으로 경찰에게 잡히는 황당한 경험을 했습니다. 그 기억 때문인지, 픽사 애니메이션 《카(Cars)》를 처음 봤을 때 초반부터 심장이 쫄깃해질 정도로 몰입하게 됐습니다. 비슷한 붉은 사막 풍경, 낯선 작은 마을, 그리고 경찰에게 잡히는 주인공의 모습이 제 기억과 너무 겹쳐서였습니다. 카(Cars) 1편: 잊혀진 마을이 품고 있던 이야기 — 배경과 세계관《카》의 세계관은 꽤 독특한 전제에서 출발합니다. 인간은 존재하지 않고, 자동차들이 사람처럼 말하고 먹고 일하며 살아가는 세계입니다. 그런데 이 설정이 어색하게 느껴지지 ..
솔직히 저는 토이 스토리 시리즈가 3편으로 끝난 줄 알았습니다. 4편을 보고 나서도 "이건 우디의 외전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러다 5편 예고편에서 머리가 반짝반짝 벗겨진 우디를 보자마자 피식 웃으면서도, 동시에 제가 처음 1편을 봤던 어린 시절과 지금 돌아기 엄마가 된 제 모습이 겹쳐 보여 괜히 코끝이 찡해졌습니다. 과연 이 5편은 그 복잡한 감정을 달래줄 만한 작품이었을까요? 토이 스토리 5 시대배경 — '장난감 대 전자기기'라는 구도, 왜 지금일까?토이 스토리 시리즈가 매번 흥미로웠던 건, 그 시대 아이들이 실제로 겪고 있는 고민을 장난감의 시선으로 풀어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번 5편이 '전자기기'를 전면에 내세운 것, 어떻게 보셨나요?5편의 갈등 구조는 태블릿 장난감 '릴리패드(Li..
장난감이 행복하려면 반드시 주인이 필요할까요.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그 당연한 전제가 흔들렸습니다. 토이 스토리 4는 20년 넘게 이어온 시리즈 중 가장 평가가 엇갈리는 작품인데, 정작 제가 직접 보고 나서 느낀 건 예상과 꽤 달랐습니다. 어린 시절 엄마, 남동생과 함께 종이컵으로 장난감을 만들며 놀던 기억이 이 영화를 보는 내내 겹쳐 보였고, 그 기억 덕분에 더 깊이 빠져들었습니다. 포키라는 캐릭터가 건드린 것어릴 적 저는 포크로 만든 장난감이 아니라, 종이컵에 눈알을 붙이고 이쑤시개로 팔을 꽂아 작은 얼굴을 만들었습니다. 토이 스토리 4의 포키(Forky)를 처음 봤을 때 정말로 "이게 나잖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포키는 보니가 유치원 오리엔테이션 날 즉흥적으로 만든 수제 장난감입니다. 플라..
저는 신생아를 기르던 시절에 토이 스토리 3를 봤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아이의 입장으로 볼 줄 알았는데, 앤디의 어머니가 보이기 시작했거든요. 2010년 개봉한 이 작품은 로튼 토마토 98%를 기록하며 픽사 역사상 최초로 10억 달러를 돌파한 애니메이션이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 1, 2편을 보고 자란 세대가 앤디와 함께 성장해 다시 마주한 영화, 그 각도에서 다시 읽어봤습니다. 토이 스토리 3 개봉 배경 — 11년의 공백, 그리고 위기일발의 제작 과정토이 스토리 3는 전작 토이 스토리 2로부터 11년 만에 나온 속편입니다. 그 사이 사실 한 차례 위기가 있었습니다. 2000년대 중반 픽사와 디즈니의 재협상이 결렬되면서, 디즈니가 픽사를 배제하고 독자적으로 3편을 제작하려 했다는 사실..
장난감이 박물관에 영원히 보존되는 것과, 아이에게 매일 꺼내지는 것 중 무엇이 더 행복한 삶일까요. 토이 스토리 2는 그 질문을 정면으로 던지는 영화입니다. 제가 미국에서 영국으로 이민을 준비하며 야드세일을 하던 날, 이 영화의 한 장면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픽사 역사상 가장 위태롭게 만들어진 작품이기도 한 이 영화가, 왜 지금도 이렇게 마음 깊이 남는지 정리해 봤습니다.야드세일 한 장면이 불편했던 이유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앤디의 어머니가 마당에 물건들을 늘어놓는 장면이 나옵니다. 앤디가 이제 잘 가지고 놀지 않는다는 이유로, 앤디에게 별다른 허락도 구하지 않은 채 장난감들을 야드세일(yard sale)에 내놓는 장면입니다. 야드세일이란 미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방식으로, 집 마..
인형을 절대 버리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이민을 거듭하면서 짐을 줄이고 또 줄였는데도, 태어날 때 부모님께 받은 곰돌이 인형만큼은 손에서 놓지 못했습니다. 그런 제가 처음 토이 스토리를 봤을 때 마음이 저릿했던 건 단순히 애니메이션이 잘 만들어져서가 아니었습니다. 1995년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세계 최초로 선보인 풀 CG 장편 애니메이션이라는 사실보다, 우디가 느꼈을 그 초조함이 먼저 가슴에 꽂혔습니다. 토이 스토리 1 제작 배경: 파산 직전의 스튜디오가 만든 역사토이 스토리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은, 일반적으로 "픽사가 처음부터 탄탄한 스튜디오였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전혀 달랐습니다. 제작 당시 픽사는 파산 위기에 처해 있었고, 스티브 잡스가 1985년부터 약..
솔직히 저는 어릴 때 이 영화를 보면서 '몬스터가 이렇게 귀여우면 우리 집 벽장 속에도 있으면 좋겠다'고 진지하게 생각했습니다. 밤마다 이불 속에서 귀신을 상상하며 벌벌 떨던 제가, 보라색 반점이 있는 털북숭이 몬스터를 보며 오히려 안심했으니까요. 그로부터 20년이 넘게 지난 지금, 다시 꺼내 본 《몬스터 주식회사》는 어린이 영화 그 이상이었습니다. 두려움이라는 감정과 편견에 대한 질문을 꽤 진지하게 던지는 작품이었고, 저는 그 메시지에 반은 고개를 끄덕이고 반은 갸웃하게 됩니다. 어린 시절 공포: 벽장 속 괴물의 진짜 정체제가 어릴 때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 반드시 방 안을 한 바퀴 둘러봤습니다. 의자는 꼭 책상 밑에 밀어 넣어야 했고, 곰돌이 인형을 꼭 안고 있어야만 겨우 눈을 감을 수 있었습니다. 유..
오늘 하루 기분이 왜 이런지 도무지 모르겠다고 느낀 적, 저는 꽤 자주 있었습니다. 그냥 '기분이 안 좋다'고 뭉뚱그리고 넘어가던 저에게 픽사의 인사이드 아웃은 꽤 다른 시선을 던져줬습니다.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 이 다섯 가지 감정이 머릿속 본부에서 살아간다는 설정 하나로, 제 감정 기복의 이유를 처음으로 들여다보게 된 영화입니다. 인사이드 아웃 감정 의인화, 신선하지 않아도 픽사가 해내는 방식머릿속에 의인화된 감정이 산다는 소재, 사실 완전히 새로운 건 아닙니다. 어깨 위의 천사와 악마 클리셰만 해도 수십 년 된 이야기고, 1990년대 미국 시트콤 Herman's Head에서도 비슷한 발상이 등장했습니다. 인사이드 아웃의 첫 티저가 공개됐을 때 "픽사가 아이디어 고갈 아니냐"는 말이 나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