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어릴 때 이 영화를 보면서 '몬스터가 이렇게 귀여우면 우리 집 벽장 속에도 있으면 좋겠다'고 진지하게 생각했습니다. 밤마다 이불 속에서 귀신을 상상하며 벌벌 떨던 제가, 보라색 반점이 있는 털북숭이 몬스터를 보며 오히려 안심했으니까요. 그로부터 20년이 넘게 지난 지금, 다시 꺼내 본 《몬스터 주식회사》는 어린이 영화 그 이상이었습니다. 두려움이라는 감정과 편견에 대한 질문을 꽤 진지하게 던지는 작품이었고, 저는 그 메시지에 반은 고개를 끄덕이고 반은 갸웃하게 됩니다. 어린 시절 공포: 벽장 속 괴물의 진짜 정체제가 어릴 때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 반드시 방 안을 한 바퀴 둘러봤습니다. 의자는 꼭 책상 밑에 밀어 넣어야 했고, 곰돌이 인형을 꼭 안고 있어야만 겨우 눈을 감을 수 있었습니다. 유..
오늘 하루 기분이 왜 이런지 도무지 모르겠다고 느낀 적, 저는 꽤 자주 있었습니다. 그냥 '기분이 안 좋다'고 뭉뚱그리고 넘어가던 저에게 픽사의 인사이드 아웃은 꽤 다른 시선을 던져줬습니다.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 이 다섯 가지 감정이 머릿속 본부에서 살아간다는 설정 하나로, 제 감정 기복의 이유를 처음으로 들여다보게 된 영화입니다. 감정 의인화, 신선하지 않아도 픽사가 해내는 방식머릿속에 의인화된 감정이 산다는 소재, 사실 완전히 새로운 건 아닙니다. 어깨 위의 천사와 악마 클리셰만 해도 수십 년 된 이야기고, 1990년대 미국 시트콤 Herman's Head에서도 비슷한 발상이 등장했습니다. 인사이드 아웃의 첫 티저가 공개됐을 때 "픽사가 아이디어 고갈 아니냐"는 말이 나온 것도 그래서였..
픽사 엘리멘탈은 제76회 칸 영화제 선행 공개 당시 로튼 토마토 평론가 점수가 60% 아래로 떨어지며 혹평을 받았습니다. 솔직히 그 소식을 들었을 때 저도 기대를 많이 낮추고 극장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미국 유학 시절 야외 영화관에서 이 영화를 보다가, 저도 모르게 목이 메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그 이유를 지금도 곱씹게 됩니다.이민자 서사로 읽는 원소 세계관 — 예상보다 훨씬 정밀했습니다일반적으로 픽사 애니메이션은 "온 가족이 함께 보는 가벼운 영화"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가 엘리멘탈을 직접 보고 나서는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이 작품은 표면상 불·물·흙·공기 네 원소가 어우러져 사는 엘리멘트 시티를 배경으로 하지만, 그 안에 촘촘하게 아시아계 이민자의 현실을 녹여 놓았습니다.불 원소들의 고향..
가족 역사를 조사하다 보면 증조할아버지 이름은 알아도 그분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도통 감이 안 오는 순간이 있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서류 속 이름 석 자로만 존재하던 선조들이 처음으로 살아있는 사람처럼 느껴진 건, 픽사 애니메이션 코코를 본 이후였습니다. 죽음을 소재로 하면서도 이렇게 따뜻할 수 있다는 게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멕시코 문화를 배경으로 탄생한 이야기코코의 무대는 멕시코의 작은 마을 산타 세실리아입니다. 이 영화가 공들여 묘사한 것 중 하나가 바로 디아 데 로스 무에르토스(Día de los Muertos)입니다. 여기서 디아 데 로스 무에르토스란 매년 11월 1일~2일에 열리는 멕시코 전통 명절로, 죽은 가족을 기억하고 그들의 영혼이 잠시 이승으로 돌아온다고 믿는 날입니다. 우리..
쥐가 주방에 있다면 당장 쫓아내야 할까요, 아니면 그 쥐의 요리를 기다려야 할까요? 저는 처음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을 때 픽사가 얼마나 대담한 이야기를 만들었는지 실감했습니다. 《라따뚜이》는 프랑스 가정식 요리 하나가 냉혹한 평론가의 마음속 가장 깊은 기억을 건드리는 순간, 단순한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으로 바뀝니다.줄거리: 쥐 한 마리가 파리 최고 주방을 흔들다프랑스 시골에서 살던 쥐 레미(Remy)는 후각과 미각이 남달리 발달해 향신료의 조합만으로도 요리의 완성도를 가늠할 수 있는 능력을 타고났습니다. 이런 능력은 쥐 무리에서는 그저 쓸모없는 특이함에 불과했지만, 레미에게는 평생의 꿈과 직결된 재능이었습니다.가족과 뿔뿔이 흩어진 뒤 파리로 흘러든 레미는 운명처럼 구스토 레..
